다이닝 가이드

다이닝 가이드 (22): 멘보샤, 식빵 사이에서 태어난 새우의 반란

도슐랭ㅡ 2025. 6. 10. 22:30

사진 / 나만의 일상 그리고 이야기_네이버블로그 / 연희동 목란

 

 

겉은 바삭, 속은 탱글 – 한 입에 담긴 첫인상


식빵 사이에 새우를 넣고 기름에 튀긴 요리. 처음 이 설명만 들으면 “이게 중식이야? 그냥 샌드위치 아니야?” 싶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바삭한 식빵과 탱글한 새우살이 동시에 터지며 아주 짧은 탄성이 흘러나옵니다. “어… 이거 뭐지?”

멘보샤(面包虾)는 그렇게 묘한 첫인상을 남기고, 어느새 중식당 테이블의 인기 메뉴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깐풍기나 탕수육처럼 친숙하진 않지만, 눈으로 봐도 맛있어 보이고, 실제로도 '눈 맛'만큼이나 '입맛'을 확 끌어당기는 요리죠.

사실 멘보샤는 꽤 오래된 중식 요리입니다. 정통 상하이 요리 중 하나로, 예전에는 고급 연회에서 핑거푸드처럼 곁들여지던 메뉴였어요. 그때는 ‘식빵’보다는 ‘빵가루를 입힌 새우볼 튀김’에 가까웠는데, 현대에 와서는 식빵 사이에 새우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그 모양새마저 세련되게 진화했죠. 정사각형으로 자른 식빵이 바삭하게 튀겨져 나오면, 겉보기엔 마치 디저트처럼 앙증맞고 귀엽기까지 합니다.

 


기름짐과 식감, 그리고 호불호의 묘한 균형


그런데, 귀엽다고 방심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기름의 존재감이 꽤 묵직하거든요. 한 입 먹고 “으흠~” 하고 있을 때쯤, 느끼함이 슬그머니 얼굴을 내밉니다. 이쯤 되면 테이블 위에서 자연스럽게 의견이 갈리기 시작하죠. “이거 너무 맛있다!”는 쪽과 “두 개면 충분해…” 하는 쪽. 재밌는 건, 둘 다 맞는 말이라는 겁니다.

멘보샤의 맛은 극단의 조화에서 옵니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 고소함과 기름짐, 그리고 해산물의 담백함이 교차합니다. 그냥 먹으면 리치한 느낌이 꽤 강하고, 여기에 간장이나 겨자소스, 혹은 살짝 단맛 있는 칠리소스를 곁들이면 확 살아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그 ‘쾅!’ 하고 터지는 식감, 이건 진짜 말이 필요 없습니다.

어떤 음식이든 첫인상을 좌우하는 요소가 있잖아요. 멘보샤는 딱 식감으로 후려치는 타입입니다. 겉이 바삭하고 단단한데 속은 탱글탱글하니까, 이질적인 질감의 충돌이 오히려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게다가 모양도 예쁘죠. 정사각형에 가까운 비주얼에 금빛 튀김옷이 입혀져 있으니, ‘눈 맛’부터 먼저 잡고 들어갑니다.

 

 

모양은 귀엽지만 요리는 까다롭다

 

최근에는 중식당뿐 아니라 고급 레스토랑, 퓨전 주점, 심지어 브런치 카페 메뉴에도 등장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트러플 오일을 살짝 뿌리거나, 식빵 대신 브리오슈를 쓰거나, 아보카도 슬라이스와 함께 플레이팅하기도 합니다. 전통과 트렌드의 중간 지점에서 ‘멋 부리는 중식’이 된 거죠. 아, 물론 가격도 함께 멋을 부리기 시작했고요.

그렇다고 멘보샤가 부담스럽기만 한 요리는 아닙니다. 오히려 딱 몇 개만 먹어도 충분히 ‘오늘 잘 먹었다’는 느낌을 주는 요리예요. 특히 모임 자리나 데이트에서 메뉴를 고를 때 “우리 오늘은 멘보샤도 하나 시켜볼까?” 하면, 뭔가 좀 있어 보이잖아요. 익숙한 메뉴 사이에서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센스 있는 선택’이라고 할까요?

다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멘보샤는 기름 온도와 튀김 타이밍에 예민한 요리예요. 너무 오래 튀기면 식빵은 타버리고, 새우는 퍽퍽해지고, 기름은 흠뻑 스며들죠. 반대로 덜 튀기면 바삭함이 살지 않고, 새우도 살짝 비릴 수 있어요. 겉보기엔 단순해 보여도, 그 안에는 꽤 정교한 타이밍과 센스가 필요한 메뉴입니다.

 

 

한입 요리에 담긴 ‘센스’의 힘

 

멘보샤는 양이 많지 않아도 존재감이 큽니다. 한입 가득 바삭함과 해산물 풍미가 퍼지면서, 식사 시작부터 분위기를 확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죠. 어떤 요리든 스타터가 중요한 법인데, 멘보샤는 그 역할을 아주 근사하게 해냅니다.

또 하나의 매력은 그 ‘정리된 맛’입니다. 재료도 단순하고, 조리법도 명료한 편인데 그 안에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오니까요. ‘이거 하나쯤 만들 수 있겠다’ 싶다가도, 막상 집에서 시도하면 완전히 같은 맛이 나지 않거든요. 뭔가 조금씩 비는 느낌이 생겨요. 결국 멘보샤는 ‘한입 요리’이지만, 그 안에 많은 디테일이 녹아 있는 음식입니다.

중식 요리가 원래 그렇죠. 화려해 보여도 본질은 기술과 타이밍의 예술. 멘보샤도 마찬가지입니다. 튀김 하나, 소스 하나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어요. 딱 한입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성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래서 멘보샤는 단순히 예쁘고 맛있는 요리를 넘어, 센스 있는 한 끼로 기억되는 것 아닐까요?

 

다음 다이닝 가이드에서도, 이렇게 인상적인 한입을 담아올게요.
맛있는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