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닝 가이드 (25): 잡채밥, 반찬에서 식사로 진화한 어느 날의 한 그릇
반찬이던 잡채, 밥을 덮다 잡채밥을 시키면, 처음엔 어색합니다. 왜냐면 잡채는 늘 반찬으로 먹어왔으니까요. 명절 상차림에 빠지지 않던 그것, 당면에 간장 베이스 소스, 잔잔하게 볶은 야채들과 고기. 큰 접시에 담겨 가운데 놓이고, 옆엔 항상 밥이나 전이 있었죠. 근데 어느 날 중식당에서 밥 위에 잡채가 얹힌 ‘잡채밥’을 마주하고는, 조금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어? 이건 반찬이 아닌데? 중식당에서 나오는 잡채밥은 우리가 아는 그 잡채와 다릅니다. 무엇보다 소스가 더 진하고, 전분기가 돌고, 불향이 느껴지죠. 당면도 더 탱탱하고 투명하게 볶아져 나옵니다. 색도 더 진하고, 고기도 더 분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이건 단순히 ‘잡채를 밥 위에 얹었다’가 아니라, ‘밥 위에 올릴 전용 잡채’로 완성된 별개의 요..
다이닝 가이드
2025. 6. 11. 23:50